가요제 특집 1탄 - 역대 가요제 수상곡 베스트 30 (30위-21위)
'나는 가수다'에 어떤 긍정적 영향이 있다면, '노래의 힘'이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는 점이(아마 유일할 것이)다. 요컨대, 가수는 가도 노래는 남는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주목할 것이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를 풍미했던 이른바 '가요제 문화'다. 기성의 음악계가 행하지 않았거나 행하지 못했던 발랄한 음악적 시도를 통해 '좋은 노래'를 발굴해낸 음악경연대회들의 성취는 스타에 대한 과도한 열망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바탕으로 한 아마추어들, 다시 말해 굳이 가수의 인생을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젊은이들로부터 얻어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여기 남의 노래를 흉내 내는 것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오디션 만능의 시대에 그때 거기 지난 세대 가요제의 풋풋한 창작적 성과를 돌아보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 있다.
1988년 MBC 강변가요제 금상
강변가요제는 자작곡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회를 거듭하면서 프로 음악인들에게 편곡을 전담시킨 덕분에 기존 가요계와 흡사한 곡들이 배출되었다. 그에 따라 음악성보다는 끼와 가창력에 자신감을 지닌 참가자들을 위한 등용문으로 널리 선호되었고 이는 강변가요제의 특성으로 자리 잡아 20년 이상 지속되었다. 이상우의 ‘슬픈 그림 같은 사랑’ 역시 그러한 배경에서 탄생된 곡이다. 당장 가요계에 내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유려한 완성도를 담았고 실제로 이상우는 ‘슬픈 그림 같은 사랑’을 계기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가벼운 분위기와 무거운 곡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인기 가수로 거듭났다. 또한 작사와 작곡을 담당한 김정란과 박정원은 이상우가 본격적으로 데뷔한 이후에도 주요 곡들을 함께하며 초기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정호)
29. 라이너스 '연'
1979년 TBC 젊은이의 가요제 우수상, 작사상
Linus - 연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1970년대 후반 대학생 대상 가요제를 통해 쏟아져 나온 이른바 '그룹사운드'의 경향은 한국적 하이브리드 장르로 통칭해도 충분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 기성가요와 뚜렷이 차별화되는 특성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미덕이었다. 요컨대, 당대 서양 록 음악의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가요의 친밀감을 잃지 않았던 동시에 천편일률적인 사랑타령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를 다룸으로써 우리말 가사쓰기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기도 했다는 점이다. 라이너스의 '연'은 그와 같은 '그룹사운드' 경향의 미덕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노래였다. 사이키텔릭 사운드와 수려한 하모니가 어울리고, 선명한 멜로디와 따뜻한 노랫말이 함께하는 이 노래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긴 러닝타임인) 5분 30초 남짓의 대곡적 풍모까지 갖춤으로써 고전으로 남을 만한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후일담이지만, 뒤에 로커스트의 '하늘색 꿈'을 작사하기도 했던 보컬과 기타의 최광수가 2007년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남으로써 아폴로와 뮤즈의 아들에게서 이름을 따온 이 밴드는 이제 호사적 신화의 의미마저 내포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박은석)
28. 유미리 '젊음의 노트'
1986년 MBC 강변가요제 대상
유미리 - 젊음의 노트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1986년 제7회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곡은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은 바다새의 '바다새'도, 도시의 그림자의 '이 어둠의 이 슬픔'도 아닌 이 곡, 유미리의 '젊음의 노트'였다. 미국 버클리 음대 재학 중인 재원에, 1985년 '전미 교포학생 가요제'에 출연해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는 정통 해외실력파였던 그녀는, 150cm의 작은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후렴구 "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그려야 할까"로 무려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어냈다. '젊음의 노트'의 대상수상은 외국에서 온 출연자에게는 우정상 정도를 수상하던 관례를 벗어난 의외의 결과임과 동시에, 여타 대학가요제들보다 좀 더 대중적인 노선을 고수하던 강변가요제의 이미지 굳히기에 더없이 적절한 선택이었다. (김윤하)
27. 박미경 '민들레 홀씨 되어'
1985년 MBC 강변가요제 장려상
박미경이 훗날 유명해진 건 ‘가창력이 받쳐주는 댄스음악 가수’로서였지만, 그 이전에 그녀가 음악팬의 가시권에 들어온 건 바로 이 곡, ‘민들레 홀씨 되어’를 통해서였다. 아련한 느낌을 자아내는 신스 사운드 아래로 차분하고 평온하게 진행되는 건반이 깔리고, 박미경은 담담한 보컬을 통해 애잔한 사랑을 노래한다. 특히, 그녀의 여유로운 고음처리는 이때부터 돋보였다. 그리고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 가요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시적(詩的) 정서 가득한 노랫말 또한, 곡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섬세하고 낭만적인 풍경의 묘사는 한편의 아름다운 감성 영화를 떠올리게 하고 민들레라는 매개체를 통해 담아낸 사랑의 애절함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강일권)
26. 유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1986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
가요제가 붐을 이루기 시작하던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이 대학 그룹사운드의 전성기였다면,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가요제의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록 음악 위주의 구성은 점점 보컬 중심으로 옮겨갔고 참가자들은 기타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1986년 대학가요제만 봐도 대상 곡인 유열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와 금상 곡인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구요’ 등 세련된 팝발라드 곡이 주요상을 휩쓸고 대중적인 사랑까지 이어갔다. 특히 유열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가곡을 연상시키는) 클래시컬한 사운드와 점잖고 차분한 유열의 가창이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이호영)
1986년 MBC 대학가요제 금상
이정석의 ‘첫 눈이 온다구요’는 그 제목만큼이나 겨울을 한아름 품고 있는 곡이다. 곡의 노랫말에 등장하는 ‘함박눈’, ‘눈사람’, ‘고드름’ 등 겨울을 상징하는 오브제들은 언뜻 신선하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겨울의 포근하면서도 쓸쓸한 풍광과 그리운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묘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아스라한 감성으로 시작해서 경쾌한 후렴구로 반전되는 구성은 곡의 또 다른 매력포인트. 이정석의 맑은 음색도 곡에 겨울 분위기를 더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1986년에 열린 제10회 MBC 대학가요제에서는 대상을 받은 유열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에 밀렸지만, 이후, 가요 순위프로그램에서는 이정석의 곡이 앞섰다는 것. (강일권)
1978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
무려 일곱 명의 청년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흔히 볼 수 있는 밴드 구성도 아니다. 통기타 셋에 바이올린 하나다. 부산대학교 재학생들로 이루어진 중창단 썰물이었다. 중창단이란 이름처럼 사람(남자들)이 만들어내는 목소리를 조화시키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음악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도입부의 인상적인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으로 겹겹이 쌓여가는 사내들의 화음은 여느 아트 록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대곡지향적이고 예술지향적이었다. 부산이라는 지역색에 맞춘 팀 이름과 노래 제목은 당시 대학생다운 순수함과 낭만의 발현이었다.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들이 통기타와 바이올린, 그리고 목소리만으로 만들어낸 이 순수한 세계는 여전히 가장 아름답고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김학선)
1978년 TBC 해변가요제 장려상
Fevers - 그대로 그렇게 (78년도 TBC 해변가요..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가요계에 나타난 중요한 특징은 ‘캠퍼스 밴드 전성시대’다. 지금은 사라진 TBC 방송국 주최로 열린 1978년 해변가요제는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대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랙 테트라, 런웨이(활주로), 블루 드래곤, 장남들, 벗님들(당시는 통기타 듀엣으로 참여) 등 쟁쟁한 그룹들이 참여했고, 기량을 겨뤘다. ‘그대로 그렇게’로 인기상을 수상한 연세대학교 레크리에이션 동아리 밴드 휘버스도 중심에 있었다. 무대로부터 도피하려는 듯 무심한 보컬과 키보드와 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무거운 사운드를 바탕으로 당시 캠퍼스 록 사운드의 전형을 들려주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풋풋한 젊은이 감성을 수줍게 드러낸 노랫말은 속화되기 전의 가요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잘 예증해주고 있다. 본디,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모든 윤색을 감안하더라도 ‘그대로 그렇게’가 앞으로도 그대로 그렇게 남아있을 명곡이 되리란 사실마저 부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경준)
1980년 TBC 젊은이의 가요제 대상
당시 로커스트의 라인업은 덕성여대생이었던 김태민과 남자대학생 4명이 함께 했던 5인조 혼성 체제였다. 무엇보다 여성 보컬 김태민의 다이내믹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이 노래는 대상 외에 가창상까지 휩쓸며 그 해 가장 화제를 모은 노래 중에 하나로 기록되었다., 또한 포크적인 감성과 사이키델릭한 연주를 함께 가져갔다는 측면에서 1977년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샌드페블스의 ‘나 어떡해’ 로부터 영향 받았음을 확연히 감지할 수 있다. 이후 박지윤이 다시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로커스트의 멤버였던 조영수와 최광수 사이에 저작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현재까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비운의 노래이기도 하다. (배순탁)
21. 블랙 테트라 '구름과 나'
1978년 TBC 해변가요제 우수상
블랙테트라 - 구름과 나 (Live)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1978년 처음 개막한 TBC 해변가요제는 MBC 대학가요제를 벤치마킹하기는 했지만 이후 캠퍼스 그룹사운드 열풍을 촉발시킨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해에 출전했던 이들 중 돋보였던 그룹은 홍익대의 블랙 테트라(그리고 항공대의 활주로)였다. 우수상을 수상한 곡(대상곡 '여름'보다도 더 인기가 있었다고 전해지는)이자 블랙 테트라의 대표곡으로 남은 '구름과 나'는 조금은 장중하면서도 몽환적인 오르간으로 시작해 (홍익대 출신이 아니기는 했지만) 김정선의 아기자기한 기타가 특유의 풍미를 구성한다. 구창모의 유려한 열창은 이 곡에서도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일순간 연주를 끊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방식의 중반부도 인상적이다. 여러 점에서, 블랙 테트라의 정체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케 하는 훵키한 영향을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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